퇴직일기

결혼생활 같은 직장생활 D-250

A Bank Clerk 2023. 4. 25. 23:12

직장생활은 결혼생활과 같다. 엄밀하게는 신혼보다는 결혼한지 좀 시간이 된 부부를 말하는게 적절하겠다. 

두 성인이 만나서 한 집에 사는 것은 상당히 많은 위험을 내포한다. 일단 나 자신을 보더라도 내가 이런면이 있었나 할 정도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이 조금씩 바뀐다. 경험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게 인간이고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될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혼은 이 불확실성을 안고 던지는 주사위와 같다. 

이렇게 불안정한 결혼을 왜 하는 것일까? 모험을 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은 아닌가? 아마 두 사람이 보는 시각이 한 사람보다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결혼생활이 유지하기 는 어렵지만 유지하기만 한다면 아마도 유익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좋은 결혼이라는 제도가 누군가에는 너무나 힘들다는 점이다. 결혼이 좋다는 것은 다른 두 사람이 같이 살 수 있다는 가정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만약 두 사람이 같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결혼은 파경에 이를 것이다. 

직장에 다니다보면 정말 말도 안되게 기가 막힌 일들이 많이 있다. 다양한 직장 동료, 상사 중에는 수준이 떨어지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조직 안에는 수많은 불합리와 비효율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사업자보다 법인이 왜 망하는 비율이 낮을 것일까? 자본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보는 것이 혼자 보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은 아닐까? 직장 상사의 말도 안 되는 결정, 절차를 위해 만들어진 절차에서 빙글빙글 돌다보면 옳은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근거는 없지만 추측해 본다. 

직장생활은 결혼생활 같다. 유지만 된다면 유익이 있다. 하지만 유지하기가 어렵다. 겨우겨우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부부에게 무슨 유익이 있단 말인가? 헤어지는게 답일 수 있다. 이제 250일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