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해 본 생각

단독주택에 살고 싶다는 아내에게 하는 대응

A Bank Clerk 2019. 5. 11. 06:23

단독주택에 살고 싶다는 아내

최근까지 나와 아내는 단독주택과 아파트를 두고 의견차이를 보였다. 나는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도 않은데 집의 위치는 직장과의 접근성이 최고라고 생각했고, 아내는 집 자체가 주는 쾌적함을 우선으로 했다. 직장이 위치한 서울 인근에 단독주택에 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산가이거나 혹은 응답하라 1994시리즈에 나오는 낡은 단독주택을 택해야 한다. 1994에 나오는 단독주택을 택한다고 하더라도 부지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 비싼 건 매한가지다. 결국 아내의 머릿속에 있는 단독주택에 거주하기 위해서는 서울과 좀 많이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가야한다. 나는 9시간 정도의 근무시간에 기본적으로 수면시간 6시간, 먹고 씻는 자기정비시간 2시간을 빼고 남는 귀한 7시간 정도의 상당부분을 길에서 쓰는 것에 대해서 이해를 못하겠다. 아내의 눈높이를 낮추지 않는 한, 단독주택으로 옮기는 것은 서울에서는 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 집에 대한 아내의 눈높이를 유지하기 위해 서울과 멀리 떨어진 집으로 이사하는 것은 삶의 질을 낮추는 문제로 구성원의 동의가 없이는 안 될 일이다.

 

마당은 없지만 그래도 시골마을 뷰가 있는 아파트에 거주중이다

다시 조기강경대응으로

아내는 집에 대한 생각이 날 때마다 단독주택 이야기를 했고, 나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비용문제로 생각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 번은 아내가 자신은 단독주택에 살고 싶다는 감정을 이야기 한 것인데 그걸 공감 못한다며 섭섭해 했고, 당시 아이들의 감정코칭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던 나는 또 책에서 본대로 열심히 아내의 이야기를 받아주었다. 그렇게 받아주다보니 어느 순간 아내는 단독주택을 보겠다면서 부동산과 약속을 잡아서 보기 시작했다. 한 번은 아내의 등쌀에 밀려 나도 같이 집을 보러 간 적도 있다. 감정이 실물경제로 옮겨가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냥 단독주택에 살고 싶은 아내에게 감정코칭을 해줬을 뿐인데, 그대로 있다가는 너도 동의했지 않느냐?’ 라고 할 위기의 순간이었다. 집을 보고 온 그 이후로는 다시 단독주택 이야기가 나오면 감정코칭을 생략하고 예전과 같이 강경하게 대응한다.

 

감정이란 무엇일까?

감정이란 무엇일까?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에 따르면 감정 또는 기분은 몸에서 오는 어떤 신호이다. 진화과정에서 우리 몸의 조직은 자신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 다른 조직에 어떤 신호를 보냈고 그것이 현재의 감정이라는 것이다. 그 신호중 어떤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어서 해결해야 하지만 어떤 것은 그냥 의미없는 자극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허기가 들거나 피곤해서 생기는 불안이나 분노는 식사를 하거나 수면을 취하면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어떤 감정은 그 근거가 없기도 하다. 결국 어떤 감정이 생겼을 때, 자신이 왜 이런 감정이 들었는지를 스스로 잘 살펴야 한다. 결국 감정은 이성적인 해결을 도출하기 위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내 경험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기본적인 욕구에 기반한 감정이 크고 그 이외에는 그 원인을 알 수 없거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았다. 아내가 주거문제를 접했을 때 드는 감정도 비슷하게 대응하고 있다. 아내가 현재 아파트에서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은 근거없거나혹은 참고용의 신호이며 이는 이성적으로 해석하여 무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내가 차 문을 잘못 열었을 때 울리는 도난방지시스템과 같은 것이다. 도난방지시스템은 차에 침입자가 들어왔을 상황을 설정하여 울리기는 하지만 실제로 도둑이 강제로 문을 열었는지 차주가 실수로 문을 열었는지는 판단하지 못한다.

 

선제적 대응

감정코칭의 기본은 드는 감정과 현실을 매칭하는 것이다. 몇 년간 아내에게 감정과 서울 부동산의 현실을 매칭해 주고 있지만 아내는 그것을 거부하고 있다. 감정을 다루는 다른 방법은 그런 감정이 들지 않도록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졸음이 온 아이에게 감정코칭을 해주는 것보다 너무 늦게까지 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지혜로운 일이다. 아내의 이 근거없는 단독주택에 대한 감정은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일단 집을 깨끗하게 청소를 해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