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어린아이와 만나다
-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_존가트맨,최성애외
싸이코패스의 추억
나는 연쇄살인자가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한다. 폭력적인 장면이 적절하게 나오고 특히 살인자를 조여오는 수사과정에서의 긴장감을 좋아하는 것 같다. 한동안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는 싸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 관련 책을 흥미있게 보았다. 그 중 어떤 글에서는 싸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살인과 같은 반사회적인 범죄를 저지르지만 않는다면 조직의 CEO로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럴듯하게 읽었다. 흔히 감정에 치우쳐서 혹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타인의 감정을 공감 못하는 부분 때문에 싸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은 자유롭게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는 감정이 결정을 내리는데 방해가 된다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감정은 하나의 사고체계이다.
존 가트맨, 최성애, 조벽이 지은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책은 아니다. 우선 감정코칭 자체가 나에게는 전혀 흥미가 없었다. 그러던 중 엘리엇이라는 환자의 이야기를 접하고는 난 바로 이 책을 찾아보았다. 이 환자는 뇌 종양제거 수술을 한 뒤, 지적능력은 그대로인 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는데, 내 기대와는 달리 이 사람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흔히 이성과 감정을 나누어서 생각하는데 감정 역시 하나의 사고체계인 것이다. 이러한 접근이 맞다면 싸이코패스는 감정을 배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감정을 느끼지 못해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결국 자기 결정이 맞는지를 보기 위해서는 이성적인 판단 이외에도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결정은 내 안의 도마뱀이 한다.
‘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라는 책이 있다. 사람들은 주식투자를 할 때, 사거나 팔아야 할 이유를 찾지만 대부분은 의사결정은 내려진 상태에서 나중에 이유만을 붙일 때가 많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사실 인간의 결정이 대부분 그런 식으로 이뤄진다. ‘의지’가 있다면 설사 그 의지를 꺽는 근거들이 쌓여 있더라도 적절한 근거를 나올 때까지 찾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렇고 내 아이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태에서 ‘왜 그랬어?’ 라는 질문과 답을 하다 보면 본질과 멀어지게 된다. 상대의 감정을 공감한 상태에서 대화를 해야 한다. 경험상 ‘어떤 기분이 들어서 그랬어?’라는 질문을 반복하다 보면 정말 ‘왜’ 그랬는지를 알게 된다.
내 안의 어린아이
책의 내용은 단순하다.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라. 감정을 중요한 행동의 근거로 삼아서 대화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적용은 쉽지 않다. 놀라운 점은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다 보면 내 감정에 대해서도 살펴보게 된다는 점이다. 30대 후반에 접어들었지만 아이의 감정을 느끼고 또 반응하는 나를 보면서 내 속에 있는 어린아이를 다시 만나는 느낌이 든다. 아이의 다양한 감정에 반응하는 것은 무척이나 피곤한 일이지만 어린 시절을 거쳐서 잠시 잊고 있었거나 억압받고 있었던 내 속의 어린 자아가 아직도 있음을 느낀다. 아마도 성장과정에서 인정받지 못해서 혹은 자신을 적절히 표현하는 방법을 몰라서 결국 숨길 수 밖에 없었던 모습이었을 것이다. 아이를 통해 자랄 수 있는 경험을 이 책을 통해서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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