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회가 달라 붙어야만 하는 육아
왜 어머니의 손을 빌려야만 했나?
내가 육아휴직을 하기 전에 우리 부부는 맞벌이였기 때문에 아이를 봐주는 것을 ‘우리’ 어머니가 도와주셨다. 아내와 우리 어머니의 갈등이 생기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머니가 집에 오셔서 상대적으로 편한 부분도 있고 어머니께 용돈을 더 드릴 수 있었기 때문에 좋았다. 흔히 아이를 키우면 더 많이 늙으신다고 하고 일정부분 그 말도 사실이지만 육아는 힘든 만큼 얻는 것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와 함께 고모댁에 인사를 드리러 갔는데 고모가 ‘왜 네 자식을 너희 어머니가 키우냐?’라는 말을 하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어색한 웃음만 지었다. 별 수가 없어서 맡겼지만 마음 한쪽에서 죄송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존 메디나의 ‘베이비브레인’ 혹은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보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고 어머니에게 죄송한 마음도 일정부분 덜었다. 고모의 물음에 대한 답은 ‘원래 아이는 온 가족이 달라붙어서 키우는 것이다.’ 였다.
육아는 구성원 모두의 과제
비둘기는 태어난 지 일주일만 지나면 어른 비둘기에 맞먹을 정도로 성장한다고 한다. 비둘기 뿐 아니라 대부분의 동물들이 짧은 시간 내에 성체에 비슷한 생활 능력을 갖춘다. 반면 인간은 자기 힘으로 주는 밥을 먹기까지 몇 년이나 걸리고 사회적인 능력까지 갖추려면 수십년까지 걸린다. 진화생물학자들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두뇌 라는 복잡한 기관을 발전시켜서 지구상의 어느 생명체보다 강한 경쟁력을 얻을 수 있었는데, 이 기관을 얻기 위해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했던 것이 직립보행이었다. 사람이 직립보행을 하기 위해서는 골반관이 좁아져야 했고 선악과를 먹은 벌 때문이 아닌 직립보행 때문에 여성은 출산이 고통스럽고 위험해진다. 여기서 좁아진 산도의 넓이와 아이의 머리 크기가 자연환경에 최적의 상태로 진화하였다. 아기는 머리가 충분히 발달하기 전에 태어나야 모체의 좁은 산도를 통과할 수 있었고 미완인 아이의 두뇌는 출산 후에 완성하도록 진화했다. 실제로 여자는 20세 초반까지 시냅스 형성을 마치지 않고 남자는 더 이후까지 시냅스 형성이 진행된다고 한다. 결국 인간은 진화과정에서 두뇌의 완성을 사회적인 부분으로 미루게 된다. 사람이 오랜 기간 부모가 되는 경험을 하는 것은 결국 자연에서 선택 받은 전략인 것이다. 인간의 출산이 이렇게 미완으로 끝나고 또한 위험했기 때문에 미숙한 아이를 무리를 이루어 같이 돌봐야 했고, 혹시 산모가 죽는다면 대신 키우는 일도 많았다. 결국 과거 무리를 지어 생활했던 데에는 육아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인간의 진화 과정은 육아는 결국 그 사회를 이루는 모든 구성원들이 일정부분 부담해야하는 과제임을 시사한다.
출산율이 낮은 이유
최근 우리나라의 유독 낮은 출산율은 어쩌면 여성 혹은 아이를 낳은 가정에게만 육아부담을 전가시키는 사회 시스템 때문에 그에 맞게 적응한 결과일 것이다. 최소 남성에게 육아할 수 있는 여유를 주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다른 방법으로 육아로 인한 공백을 메꿔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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