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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해 본 생각

육아문제는 노동문제

육아문제는 노동문제

 

친구 같은 아빠

친구 같은 아빠가 좋을까?’ 라는 질문에는 자신이 어떤 아버지일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실제로 자기 자신을 바꾸기란 어렵다. 한 사람이 바뀌기는 어렵지만 세대에 따라서 성역할은 극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도 5년 전 선배와 내 모습은 그 역할이 많이 다르다. 결국 앞선 질문보다는 내 세대가 생각하는 아빠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라는 질문이 더 적절한 질문일 것 같다. 사실 친구 같은 아빠라는 말에는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암시되어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둘만 남다.

대부분 수컷의 역할은 교미에서 끝나고 포유류를 통틀어 새끼가 태어난 이후 먹이를 주는 수컷은 3-5%정도로 자녀 양육에 참여하는 수컷의 비율은 매우 적은 편이라고 한다. 남성이 육아에 있어서 어떤 식으로든 참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인간의 아기가 매우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고, 어른이 되기까지의 시간이 무척 길기 때문이다. 이렇게 약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인류는 가족 단위의 집단 육아를 하게 된다. 현대 이전 사회는 남녀 사이에 명확한 역할분담이 있었다. 어머니는 아이를 길렀고 아버지는 생계를 책임져서 아내가 양육에 전념하도록 했다.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들은 아기 울음소리에 가장 빠르게 반응하지만 남성의 경우 아기 울음소리에 둔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어쩌면 진화과정에서 남성과 여성의 역할은 구분되어 있었고 이 구분은 유전자에 각인된 최적의 생존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사회는 빠르게 변화해서 대가족을 통한 집단 육아 체계가 무너지고 이제는 아버지와 어머니, 둘만 남았다. 새로운 육아역할분담이 필요하게 되었고 가정에서 아빠의 새로운 모습이 필요한 이유이다.

 

아버지가 집에 있으면 생기는 일들

아버지가 가정일에 참여하면 참여할수록 아이들에게는 긍정적이라는 연구결과는 쉽게 찾아볼 수있다. 심리학자 헨리빌러는 아버지가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돌본 경우 아이들이 긍정적인 성격을 가지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방어적이고 부정적인 성격으로 자란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아버지가 아이를 직접 돌보지 않고 가사 노동에 참여하더라도 어머니의 양육에 도움이 되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또한 아버지와의 대화는 아이의 어휘력에 큰 도움을 주는데 역설적으로 아버지가 어머니에 비해서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어휘나 유머 등을 별다른 설명없이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시작점인 애착 형성도 아버지의 기여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과거 애착은 엄마와만 형성되어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아버지와 어머니 두 명만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사회에서 아빠와의 애착은 아이에게 필수적이라고 한다. 과거 집단 육아체계에서 분산되었던 육아 기능이 이제는 아빠의 역할이 되고 있는 것이다.

 

육아문제는 노동문제이다.

가족 구성상 아빠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반해서 현실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아빠들의 근무시간은 너무 길고, 너무 많은 시간을 일하다 보니 막상 집에 와서도 휴식과 육아가 충돌하게 된다. 그리고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는 부분도 아이들과의 놀이에만 집중되어 있어서 아이를 키우면서 고민해야 할 교육 등의 중요한 결정에서는 상당부분 배제되어 있고 아빠들은 세부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다. 이 모든 문제가 한국사회 특유의 긴 노동시간과 연관되어 있으며 결국 아빠의 육아 문제는 노동 문제로 이어진다.

 

참고 : 파더쇼크, 쌤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