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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방법_이렇게 가르쳐볼까?

미운 세 살, 흘려 보내기

미운 세 살, 흘려 보내기


이 또한 지나가리라

둘째가 많이 커서 어느덧 4살이 되었다. 생일이 1226일이기 때문에 아직 귀엽긴 하지만 가끔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어린이집의 같은 반 친구 중에 생일이 빠른 친구들은 어느새 아기의 비율을 벗어나 있기도 한데 불과 몇 달의 차이가 그렇게 큰 것을 보면 둘째 딸도 금방 그렇게 커버릴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귀엽기만 하던 둘째가 이제는 고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두번째이기 때문에 둘째는 좀 수월하다. 엄밀히 말하면 첫째처럼 관심을 쏟을 수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일정부분 포기하게 된다. 놀라운 것은 부모가 일정부분 포기하면 아기가 그 만큼을 채워준다. 3-4살 때 좀 미운 짓을 시작하긴 하지만 첫째의 기억을 되돌려보면 대부분 잠시 흘러가는 일이다.

 

기회를 주자.

3-4살은 무엇이든 자기가 하겠다고 나서는 나이다. 아침에 어린이집 준비에 바쁜데 옷을 자기가 고르겠다고 한다. 어느 날은 지치기도 해서 어린이 집에 좀 늦을 요량으로 원하는 대로 옷을 주었다. 옷을 거꾸로 입기도 하고 앞뒤를 뒤집어 입는 등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 옷을 잡아주니 의외로 잘 입는다. 이후부터는 혼자 헤맬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조금 있다가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주고 있다. 혼자 한다는 것에 굉장한 성취감을 느끼는 시기이기 때문에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주는 것이 좋다. 의외로 3-4세는 많은 것을 혼자서 할 수 있는 나이이다.

 

안전사고에 주의하자.

새로운 시도를 하는 나이기 때문에 다치는 일도 많아진다. 칼과 같은 어른이 사용하는 위험한 도구를 쓰겠다고 떼를 쓰기도 한다. 아이에게 되도록이면 많은 기회를 주되,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일에는 협상이 통하지 않음을 설명해줘야 하는 시기이다. 둘째 딸은 드립 커피를 내리는 과정을 자기가 하겠다고 항상 나서는데, 원두를 수동 그라인더에 가는 것은 같이 할 수 있게 하지만 드립퍼에 뜨거운 물을 붓는 것은 절대로 허락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항상 아이가 떼를 쓴다. 떼를 쓸 때마다 왜 해 볼 수 없는지에 대해서 길게 설명해주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 일과 아빠의 일을 나눠서 오히려 자기가 설명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3-4세는 안전사고가 있을 수 있는 일은 협상없이 안된다는 메시지를 주고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시기이다.

 

규칙을 만들자.

기초적인 생활리듬을 만들어갈 수 있는 시기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린이집을 준비하는 과정, 집에 돌아와서 씻는 일, 잠들기 전 준비해야 하는 것과 잠드는 시간 같은 기초적인 생활리듬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이다. 한 번 생활리듬을 만들어두면 아이와 실랑이 할 필요도 없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반드시 규칙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한다.

 

나를 돌아보자

아이에게 불 같이 화를 냈던 일들을 돌아보면 대부분 그렇게까지 화낼 것은 없었다는 후회가 든다. 대부분 내가 급해서, 내 성격을 못 이겨서 약한 아이에게 화풀이를 했었다. 정확하게 아이를 훈계할 목적으로 화를 냈던 적은 솔직히 없었던 것 같다. 대화상대가 직장 상사였다면 나는 약간 화가 나더라도 최대한 그 화를 누르면서 혹은 전략적으로 나의 감정선을 보여주면서 대화를 진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약한 아이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 감정으로만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 안의 미숙한 나를 발견하는 순간, 울고있는 아이 얼굴을 보면 어릴 적 나를 보는 것 같아 부끄럽고 또 안쓰럽다. 아이에게 화를 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보자. 화를 내는 것이 정말 아이를 위해서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여유가 없어서 인지를. 고쳐야하는 것은 오히려 나 자신일 수도 있다.

 

참고 : 엄마가 또 모르는 세살의 심리, 제리 울프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