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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인간은 어떻게 구원받을 수 있는가?_스피노자의 뇌_ 안토니오 다마지오

직관의 힘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냥 알 수 있는 직관의 힘은 얼마나 대단한가? 날카로운 직관은 단번에 사물의 본질을 꿰뚫수 있지만, 사실 그것이 맞는지 틀린지 알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과거 철학자들이 각자 자신의 직관으로 나름의 세계관을 형성한 것을 보면 나름대로 일리가 있어, 설사 정반대되는 논리라고 하더라도 어떤 것이 맞고 틀리다고 하기거 어렵다.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스피노자의 뇌는 신경과학을 스피노자의 사상과 연결하여 그의 주장을 검증하는 형식으로 책을 진행한다. 스피노자의 직관과 통찰이 현대 신경과학에 의해 하나하나 검증되며, 어쩌면 별 근거없이 도출했을 그의 통찰이 놀랍도록 합리적이었음을 보여준다. 다르게 말하면 현재는 철학자들이 막 던진 직관으로는 철학하기 어렵다는 것도 볼 수 있다. 바야흐로 과학적 사실없이는 철학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하나님은 어디에? 

데카르트가 물질과 정신을 분리했다면 스피노자는 물질과 정신이 동일한 실체의 다른 모습으로 보았다. 이는 우리의 의식과 느낌이 뇌라는 기관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서 비롯했다는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주장과 만나게 된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인간의 의식은 사실은 우리의 몸을 유지하기 위한 부수적인 기관이며, 의식을 구성하는 상당 부분은 내 의지로 조절 할 수 있는 기관들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신호로 구성되어 있다. 스피노자는 이를 코나투스라는 말로 설명했다. 


인간은 어떻게 구원받을 수 있을까? 

구원에 대한 질문은 결국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는 문제이다. 인간의 의식자체가 인간의 생존과 유지를 위해서 발생했기 때문에 신체의 정상적인 유지는 인간에게 행복이라는 느낌 혹은 감정으로 돌아온다. 스피노자는 정신적 힘은 육체 상태에 따라서 변하고, 반대로 정신상태에 따라서 육체가 변할 수 있다고도 했는데, 이는 각종 자극에 반응하는 인간의 의식을 잘 설명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외부 자극에 반응하고 또 지속적으로 연쇄반응을 일어나기도 하는 사람의 의식과 사회활동을 하는 인간의 특징 때문에 신체의 건강 뿐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 사회적 지위가 행복의 조건이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구원은 신과의 대화가 아닌 기쁨, 행복의 추구를 통해서 얻을 수 있으며 이는 신체적인 욕구의 충족과 사회적인 욕구의 충족이 필요하다. 스피노자는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려는 코나투스를 다른 외부 사물들과의 관계에서 찾기도 했는데 인간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코나투스를 극대화 할 수 있다고 보았다. 개인은 자신의 욕구 충족과 더불어 다른 사람의 욕구 충족 또한 고려하면서 생활하라는 의미인데, 출신이 유대인임에도 자연을 하나님과 동일하게 인식하는 급진적인 생각 때문에 탄압받았던 스피노자와 성경의 가르침인 '네 이웃을 네몸과 같이 사랑하라.'가 묘하게 만나는 부분이다. 멀리 돌아왔지만 결론은 같은 셈이다. 인간은 자신과 타인을 사랑함으로써 구원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