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자매간의 갈등
냉혹한 설명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생명체는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하에 현실을 설명한다. 논리 자체는 아주 냉혹하지만,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워서 개인적으로는 무척 좋아한다. 이중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 형제와 자매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서술한 부분이 있어서 일부 인용한다. 저자는 냉혹한 설명 끝 부분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남긴다.
“이 논의에서 인간의 윤리에 대한 교훈을 도출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자식들에게 이타주의를 가르쳐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식들의 생물학적 본성에 이타주의가 심어져 있다고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의 사랑을 측정하다
부모가 어떤 자식을 편애한다는 의미는 심리적인 것 이외에도 자신이 가진 자원을 특정 자식에게 더 주는 일을 말한다. 트리버스(R.L.Trivers)는 ‘부모의 투자’라는 개념으로 이것을 설명했는데 만약 한 아이가 모유를 마실 때, 그 모유를 먹지못한 다른 아이의 사망률의 증가로 부모의 투자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형제자매 사이에서 끝없는 제로썸 게임이 이뤄진다고 가정하고 그 결과를 보면 부모가 자식에게 기울이는 노력을 상대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열 손가락 중 안 아픈 손가락과 더 아픈 손가락
한 부모가 자식에게 들일 수 있는 노력에는 한계가 있고 한정된 자원에서 자신의 유전자를 최대한 많이 보전하기 위해서는 최적의 배분이 필요하다. 어미와 자식간의 유전자는 50%가 동일하므로 일반적으로 어미는 자식에게 공평하게 투자를 하는 것이 최적의 전략이 된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편애가 유리할 수도 있다. 어떤 새끼는 상대적으로 적은 배분량만 받고도 살아남을 수 있고 어떤 새끼는 평균보다 많은 배분량을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전략의 성패는 주변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이기적 유전자’에 나온 예시를 보면 생존 확률이 낮고 전체적인 자원이 부족할 경우에는 한 새끼에게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유전자를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이겠지만, 생존 확률이 높을 경우에는 오히려 약하거나 어린 새끼에게 자원을 투자하는 것이 더 많은 유전자를 전달하는데 유리할 수 있다고 한다
전통적인 한국 사회에서는 부모가 모든 자원을 장남에게 투입했다. 그 전략은 현대 한국사회의 발전과 함께 큰 성공을 거두었다. 집중적인 투자를 받아 자리를 잡은 장남이 집안을 떠 받치면서 다른 자식들도 살아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한 명에게 모든 자원을 몰아주는 전략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은 균등하게 자원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경쟁자인 동시에 동업자
복잡한 계산은 형제자매간에도 적용된다. 형제자매간 유전자는 어머니와 자신과 마찬가지로 50%가 동일하므로 형제자매는 한정된 자원을 두고 서로 경쟁하기도 하나 또 동업하기도 한다. 유전자로 보면 부모자식간 관계나 형제자매 관계가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언니가 먹을 때의 이익보다 자기 동생이 먹을 때 이익이 많다면 언니는 동생에게 먹을 것을 양보할 수 있다. ‘이기적 유전자’에서는 젖떼기를 예시로 들고 있는데 언니는 어머니의 모유를 동생의 몸속에 있는 자기와 동일한 유전자를 위해서 기꺼이 포기하고 젖을 떼게 된다. 하지만 터울에 따라서 젖떼기 시기를 부모와 실랑이 하는 경우도 있는데 형제자매 사이에는 경쟁의 요소과 양보의 요소가 혼재되어 있다.
참고 : 이기적유전자, 리처드도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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