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농장을 하면서 느낀 하나님
딸과 주말농장을 하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밭을 가꾸는 일은 재미있다. 자주 갈 때는 매주 가기도 하고 덥고 흥미가 떨어질 때는 한달에 한번 갈까말까 할 정도로 뜸하기도 하다. 작년 더웠던 여름에 뜸했던 주말농장을 더위가 한 풀 꺾인 가을에 갔더니 잡초로 밭이 뒤덮여 있었다. 농장을 시작할 때, 꾸준하지 못할 것을 알고 밭에 비닐로 멀칭을 했는데도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뿌리를 내리는 잡초의 능력을 보고 정말 놀랐다. 밭이 잡초로 초토화된 이후로는 흥미가 급격히 떨어져서 잘 안 가다가 올해 봄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다시 방문을 했다. 지난 여름에 위세가 대단했던 잡초는 다 말라서 죽어있었다. 잡초에 벌레에 온갖 생명체로 그득했던 밭 전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짙은 죽음 뿐이었다. 1년 단위로 생명과 죽음을 오가는 주말농장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이 세상을 누군가 설계한 것이 아닐까? 하는 확신이 든다. 매년 단위로 완벽에 가깝게 반복되고 또 순환되는 이 시스템은 정말 놀랍다. 진화론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자연의 오랜 시도로 이런 복잡하고 완전한 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일까? 정말 궁금하다.
매력없는 창조론
자연을 보면서 매번 놀라면서도 사실 창조론 자체가 매력적이진 않다. 창조론은 사실 어떤 현상을 설명하기보다는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의 결의나 신념 정도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진화론은 나름 이 세상을 설명하려는 노력을 하는 반면 창조론은 그런 시도를 하지 않는다. 창조론에는 신념만 있을 뿐 컨텐츠가 없다. 성경을 시작하는 첫 구절인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세기 1장 1절)'는 믿는 사람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구절이지만 이상하게 왜곡되어 사람을 얽어매기도 한다. 어쩌면 창조론의 유일한 컨텐츠일 것이다.
신앙은 무지함인가?
나는 거대한 자연을 보면 항상 놀랍다. 창조되었는지 진화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생명은 더더욱 놀랍다. 사실 왜 창조와 진화가 반대개념으로 대척점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나님이 창조가 아닌 진화가 더 설득력있다고 생각했다는 이유로 정말 나를 지옥불에 던지실까? 혹시 과학자들이 말하는대로 생명이 진화한 것이 사실이라면, 하나님이 창조를 믿었던 사람들을 지옥불에 던지시진 않을까? 창조냐 진화냐의 문제는 어쩌면 알고 있음과 알고 있지 못함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교회에서는 진화론의 언급자체를 금기시 하고 그만큼 믿는 사람들이 관심없거나 이 주제에 대해서 알지 못하게 된다. 신앙이 좋다는 것은 무지함과 동의어가 아니다. 죄책감에서 걸어나와 현재 있는 도구들로 하나님에 대해서 알아보자. 어쩌면 믿는다는 사람보다 하나님에 대해서 더 찾고 있는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과학이 종교인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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