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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을 보내며

하나님과 연결된다는 것

하나님과의 연결

하나님과 연결된다는 느낌을 받은지 참으로 오래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하나님의 인격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게 된 것이 사실이다. 교회에서 듣는 설교로는 내 목마름이 해결되지 않았고 노력해서 찾아본 책들에는 하나같이 내가 생각해 온 인격을 가진 하나님이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만 써 있었다. 

민원 상담해주는 하나님?

우선 하나님이 내 기도를 듣고 내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에 대해서 큰 의구심이 있었다. 하나님이 세상을 만들때, 이를 운영하는 규칙이 있는데 내 기도가 끼어들어서 그것을 바꾼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민원을 해결해주는 것은 내가 믿는 바로는 하나님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온갖 결정을 기도로 하나님께 맡기는 것은 아마도 전래신앙이 만들어낸 모습일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로 많은 교회에서 잘못된 믿음이 그저 복을 구하는 신앙에서 유래된다. 

딜레마

그러나 여기에서 내 신앙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내 필요를 채워주지 않는 절대자에게 왜 기도하겠는가? 세계평화를 위해서? 전 인류의 구원을 위해서? 그건 내가 기도하지 않아도 하나님이 알아서 잘 하실 것이다.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해보면 알겠지만, 자신의 일처럼 기도가 절대 되지 않는다. 나는 내 필요를 구하지 않게 된 이후로 하나님께 별다른 기도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큰 손실 

그러던 중, 최근 하나님과 연결되는 어떤 계기가 있었다. 나는 작년부터 선물옵션 거래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는데, 19년 동안 2번의 큰 조정장에도 살아남으면서 꽤 큰 돈을 모았다. 가장 수익이 많았을 때에는 4억 정도 수익이 났다. 하지만 20년들어 맞은 조정장으로 수익을 포함한 원금을 잃었다. 최근 주식시장의 조정은 속도가 빠르고 낙폭도 커서 단 한 달 만에 2억에 가까운 손실만 남았다. 20년 3월 10일로 기억하는데, 미국장이 시작과 동시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갭하락이라고 불리는 급락이었다. 미국장은 밤늦게 시작하는데, 이대로 미국장이 하락을 만회하지 못하면 내일 한국주식시장도 갭하락을 할 것이고, 현재까지 본 손해도 손해지만 난 모든 포지션을 청산당해서 다시 재기하지 못할 판이었다. 흔히 말하는 마진콜, 반대매매, 깡통계좌에 몰린 것이다. 2억이라는 돈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돈인데, 당시 내 마음에는 너무너무나 큰 돈이었다. 

기도

나는 마음이 심숭생숭해서 잠들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 하염없이 걸었다. 걸으면서 하나님께 기도를 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기도한다고 무엇인가를 바꿔주시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내 마음이 기도를 하고 있었다. 무엇인가 의지할 것이 필요했다. 두 시간 정도 걸으면서 하나님께 기도했다. 기도 내용은 살려달라는 내용이었다. 기도 중에 흐느끼기도 했고, 대상없는 화가 치밀기도 했다. 계속 걷는데 몸이 지치고 힘들었다. 그리고 걷고 있는 공원의 길도 시간이 너무 늦어서 문이 닫혀있었다. 하는 수 없이 오던 길로 다시 돌아오며 기도를 계속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마음이 차분해졌다. 흔히 들을 수 있는 간증에서처럼, 어떤 음성이 들렸다든지, 무엇이 보였다든지 하는 것이 아니었다. 과학적으로 풀어보면 운동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가 다소 해소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집에 들어설 즈음 휴대폰으로 미국장을 확인했다. 미국장의 하락세는 좋아질 줄 몰랐다. 하지만 집을 나서기 전의 안절부절하는 마음은 사라졌다. '반대매매 당하면 할 수 없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실제로도 그랬고.

변한 것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미국장을 확인해 보니 전일대비 7.6%가 넘는 폭락장으로 끝났다. 기도로 미국의 증시를 올리지는 못한 셈이다. 9시가 되기전에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은뒤 9시 10분정도 장을 확인했다. 사형수가 형장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내 형편에 2억이라는 돈은 매달 갚으려면 10년이 넘게걸릴 수도 있는 돈이다. 하지만 왠지 마음은 덤덤했다. 평안이라고 해야할까? 포기라고 해야할까? 

당연한 기적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한국시장은 미국장과는 달리 갭하락이 아니었다. 전일보다 0.44%하락한 정도였다. 나는 남은 돈으로 하락했을 때, 추가적으로 손실볼 수 있는 포지션을 완전히 막았다. 10일 주식시장은 오히려 0.59% 상승으로 끝났다. 나는 기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주식시장은 그럴 수도 있다. 한국시장이 미국시장의 리트머스 시험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장이 한국장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장이 미국장의 미리보기일 때도 있다. 실제로 9일 한국은 폭락했고 똑같이 미국장은 내 기도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날 폭락했다. 10일 한국 주식시장이 다소 올랐고 10일 미국장도 상승했다. 어찌보면 한국장이 오른 것은 의례 그럴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내게 그 당연함은 기적이었다. 

변한 것은 없다. 

내 기도 때문에 하나님이 증시를 들어올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주식투자자들이 모두 달려들어 기도를 해서 갭하락을 강보합으로 마무리한 것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기도하는 순간에 나는 하나님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젊은 시절을 교회에 머무르게 했던, 바로 그 느낌이었다. 영화에서처럼 음성, 환상 같은 것은 없었다.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근거없는 느낌이다. 객관적으로 그 사건을 봤을 때, 어쩌면 딱히 기적도 아니다. 나는 반대매매를 당한 것이 아닐뿐, 계좌는 아직도 손실중이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기적을 체험했다. 

일상의 소중함

하나님이 이 일로 내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나는 일상의 소중함이라고 생각한다. 잠든 딸의 얼굴을 보는 것, 아이들과 저녁을 해 먹는 것, 아침에 일어나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을 하는 것이 내게 소중한 것이지, 선물 옵션으로 1년에 4억씩 버는게 소중한 것이 아니다. 사실 그 일상을 사는데는 작은 돈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큰 돈을 벌기 위해서 그 일상을 잃어버릴뻔 했다. 바보같은 행동이었다.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은 기적같은 일상의 행복이었다. 하지만 이 당연한 기적 때문에 나는 다시 한 번 삶의 모든 순간이 기적임을 깨달았다. 하나님께서 주신 삶을 최대한 누리고 즐겨야 겠다. 

연결되는 능력

앞서 제기한 의문에 대한 답으로 글을 마치려 한다. 앞서 이야기한 당연한 기적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 기도함으로써 결과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아직도 내가 기본적으로 깔고 있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나는 기도를 통해서 하나님께 연결될 수 있었다. 기도로 구하는 것은 다른 결과가 아닌 위로이다. 내 믿음의 능력이 크다고 하나님이 하시는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모순이다. 나는 하나님의 결정을 받아들일 뿐이다. 기도를 통해서 때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것은 기적이고 또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기도는 엄청난 능력이 있기도 하고 또 아무 것도 아니기도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