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충이란 무엇인가?
인터넷에서 보면 ‘ 맘충 ’이라는 단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여성혐오의 대표적인 단어이지만 나처럼 아이를 키우는 남자도 이 단어가 부담스러긴 마찬가지다. 내 아내는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피해를 주면 ‘맘충’이고 남자가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피해를 주면 ‘라떼파파’가 된다면서 이 표현이 여성을 겨냥한 표현이라고 한다. 문자 그대로라면 여성을 겨냥했겠지만 이 표현이 누구를 놓고 한 말인가를 여기서 다투고 싶지는 않고, 그냥 내 입장에서는 아이를 겨냥한 표현으로 느껴진다. 내 기준이라면 아이와 같이 다니면 부모는 성별과 상관없이 맘충이 되는 것이다.
원래 어린아이는 피해를 준다.
맘충은 아이를 잘 돌보지 않아서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방치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 다니다 보면 내 노력과는 별개로 아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게 마련이다. 어린아이는 원래 그렇게 불편을 끼치는 존재이며 어린이가 자기의 필요와 감정을 자제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어린이가 아니다.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어머니 말씀을 칼같이 듣고 조용히 앉아있었던 적이 있었을까? 아마 내 어머니도 나와의 외출이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지 그 불편을 용인해주고 이해해주는 사회에서 그 불편을 참을 수 없는 사회로 바뀌었을 뿐이다. 물론 예전 사회가 더 성숙했다는 것은 아니다. 과거 사회는 집집마다 어린 아이가 있을 확률이 더 높아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서 그냥 참아주었을 것이다. 현대에 와서 가족은 해체되어 그 때보다는 내 가족인 어린아이를 접하기가 어려워지고 완전히 타인인 어린아이만 접할 수 있다. 나만해도 내 딸을 만나기 전에는 가족 내에서 어린 아이를 만날 수 없었다. 정리하면 맘충은 부모의 태도와는 별개로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서 결정된다.
밟을 수 있을 때 밟아라?
분명한 것은 ‘맘충’이라는 단어가 겨냥하는 대상이 여성이든 어린 아이이든 우려되는 점은 둘 다 사회적인 약자라는 것이다. 식당에서 떠드는 아이가 조용히 식사를 즐기고 싶은 주변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맞지만 맘충이라는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 입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흔히 게시판에서 떠도는 맘충 피해사례는 어디까지나 한 사례에 불과하다. 내 옆자리에는 시끄러운 단체 손님이나 난투극을 벌이는 조폭이 앉아서 저녁식사를 망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단체충이라든지 조폭충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부르지는 않는다. 사실 밖에서 먹는 식사는 옆 사람에 따라 기분을 망칠 리스크가 항상 있다. 특별히 맘충 때문에 기분이 상한 것이 아니라 그 날 그냥 재수가 없어서 저녁을 망친 것이다.
어린 시절? 잊었노라…
어린 시절의 나 역시 누군가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을 것이고 내 어머니도 지금의 ‘맘충’이었을 것이다. 개중에는 남의 기분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처한 상황이 남의 기분을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인 사람도 있다. 어린아이가 주변에 피해를 줄 확률이 높지만 그렇다고 모든 어머니와 모든 아이를 벌레로 부를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대상이 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구체적인 상황에서 잘잘못을 따지더라도 그 단편적인 경험으로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 불특정 다수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은 정말 치졸한 일이다. 아이 데려온 엄마들이 특히나 시끄럽다고? 테이블을 붙일 정도의 인원이면 모인 사람이 누군지와는 상관없이 모인 것 자체로 주변 분위기를 망친다고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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