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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해 본 생각

끔찍하게 괴상한 음주문화

끔찍하게 괴상한 음주문화

최근에는 그렇게 많이 먹는 사람은 없고 회식자리에서도 무식하게 권하는 경우는 적어졌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술을 잘 먹는 사람이 좀 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술을 엄청 잘 먹을 것처럼 생겼지만 실제로는 거의 먹지 못한다. 내가 하려는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없이 내가 스마트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일수도 있겠다. 다시 돌아와서 이제는 나도 직장생활을 할만큼 해봐서 술 문화가 얼마나 이상한지 이야기 할 수 있다. 먹고나면 취한다는 것이 좀 특이한 점이지만 술이 음식임은 부정할 수 없다. 술을 마시는 전형적인 모습은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지만 이를다른 음식으로 바꿔보면 그 모습이 끔찍하게 괴상함을 알 수 있다. .

 

건배 먹었는지 검사?

식사 전에 맛있게 먹고 건강하자는 덕담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술자리도 모인 취지를 다시 한 번 떠올리기 위해서 건배를 할 수 있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밥을 한술 한술 뜰 때마다 자리에 온 사람이 모두 한마디씩 하면서 서로서로 밥을 먹었는지 먹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은 좀 이상하다. 건배 때마다 모두 잔을 채우고 비우는 건 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또 자신의 말대로 일사분란하게. 마시는 모습을 즐기고 싶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진행하면 될 것을 딱히 할말도 없는 사람을, 싫다는데 굳이 일으켜 세워서, 다들 알거나 재미도 없는 어디서 외워온 건배사를 결국 읊게 하는 건 도대체 누구 좋으라고 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주량 많이 먹으면 좋니?

술을 많이 먹을 수 있으면 자신감이 생기는 것 또한 그 근거가 미스테리하다. 만약 내가 밥을 엄청 많이 먹을 수 있다고 하자. 밥을 많이 먹는 것이 스스로에게는 프라이드일 수 있지만 내 입으로 '나 밥 세 그릇은 손쉽게 먹을 수 있어.’ 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하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좀 무식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스스로 자의식이 높은 데에는 다른 사람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긴 하다. 하지만 내가 밥을 세 그릇을 먹을 수 있는데 자신감이 넘쳐서 이제부터 내 오른쪽으로 한 명씩 돌아가면서 밥 한 그릇을 비우자는 제안을 한다면 아마 다른 사람들은 못보던 패턴에 크게 당황할 것이다. 하지만 밥이 술로 바뀌는 순간, 사람들은 그런 행동이 회식의 분위기를 띄운다고 생각해서 박수를 친다. 너도 사장이나 부장이 되면 무슨 말을 해도 박수를 쳐줄 거라고?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궁금하기 때문에 꼭 성공해서 밥 파도를 타봐야겠다. 오른쪽 한번, 바로 이어서 왼쪽으로 한 번, 백미로만 한 번, 현미 섞어서 한 번.

 

잔 돌리기 왜 각자 놓여 있겠니?

상대에게 축하의 의미를 전하거나 친밀감을 느낀다는 표현을 위해서 내가 먹던 수저를 이용해서 상대에게 밥 한 술을 먹이고 그 상대가 다시 그 수저에 밥을 한술 떠서 내가 다시 먹는 장면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상대는 수저에 자기 침이 닿은 것이 미안한지 먹은 수저를 물에 대충 적시고 냅킨으로 닦은 뒤 밥을 퍼주기도 하는데, 애초에 그러지 말라고 수저와 젓가락은 사람마다 하나씩 놓은 것이다. 술잔이 개인마다 놓여져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이다. 밥숟가락으로 생각하면 이상한 장면이 술잔으로 바뀌면 자연스러워지는 것은 참으로 이상하다. 술잔을 돌리는 것은 무엇보다 위생상 좋지 않다. A형간염이 전염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지난번 건강검진에서 난 헬리코박터균 양성판정을 받았다. 나한테는 그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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