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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해 본 생각

부부는 가족이 아닌 동업자

가족 어쩌면 뗄 수 있는 관계

어린시절 가족은 영원히 헤어질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했다. 아마 부모님으로부터 보호를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정도 어른이 되니 실제로 가족간에 얼굴을 보지 않는 경우도 많고, 서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는 사이라면 헤어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피는 물보다 진하긴 하지만, 남보다 못한 가족관계도 많다.

 

전체 이혼의 33.4%20년 이상 지속된 부부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가족인 부부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혼한 부부는 108,684쌍으로 201815세이상 인구가 45만명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부부가 이혼을 하고 있다. 2018년 혼인 이혼 통계를 보면 인구 1천명당 이혼건수를 나타내는 조이혼율은 2.1건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혼인지속기간 20년 이상 이혼이 전체 이혼의 33.4%로 가장 많고 4년 이하 이혼이 21.4%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결혼초기가 아닌 결혼 내내 갈등이 누적되다가 결국 이혼하는 경우가 많은 셈이다.

 

남이라서 존중합니다

실제로 결혼해보니 부부관계는 생각보다 어려운 사이이다. 형제 부모보다 편하기도 하지만 또 언제든지 갈라설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두 사람이 만나기 전에 살아왔던 시간이 너무나 길어서 간극을 좁히는데 한계가 있다. 그 간극을 잘 이해하고 선을 넘지 않으면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지만 두 사람이 민감한 부분을 자꾸 건드리기 시작하면 부부관계는 유지되기 어렵다. 부부는 기본적으로 남이라는 전제에서 서로 존중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려운 문제는 포기

이 글을 쓰는 필자도 결혼생활에서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하고 봉합한 수준이긴 하지만 일단은 서로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지 않도록 노력하여 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당시 서로 주고 받았던 상처가 아직도 생생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나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고, 아내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상대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포기하고 가는 것이다. 아내와 막다른 골목에서 싸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우선 헤어질 수 있다는 가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결혼하면 절대 헤어질 수 없는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는데 사실 이 가정이 틀렸던 것 같다. 부부 사이는 기본적으로 남남이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일정부분 포기하고 합의를 해야한다.

 

피를 나누지 않았으면 가족은 아니다

특히 다른 가족이 얽혀 있는 문제의 경우, 문제 접근에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 한쪽에게는 가족이지만 한쪽에게는 남남이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대가족의 문화가 남아있어서 부부 이외의 다른 가족과 같이 생활하게 되기 쉬운데, 이때 문제가 커질 확률이 높다. 성인 두 사람이 같이 사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인데, 다른 가족과 같이 생활하다 보면, 밖에서 온 사람이 이상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명절 때마다 며느리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보면, 부부를 넘어선 가족 간에는 가능하면 가끔 식사나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정 가족행사를 하고 싶으면 피를 나눈 가족 당사자들만 참여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부부는 동료

개인적으로는 부부에 대한 실질적인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서 실제 부부관계가 더 당혹스럽게 다가왔던 것 같다. 결혼이라는 제도는 사실 육아라는 프로젝트를 위해 설계된 제도이다. 바닥에 애정이 깔려있기에 가족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지만 어떻게 보면 프로젝트를 위해서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서로를 존중해주는 동업자에 더 가깝지 않나 싶다. 좀 매정하게 이야기했지만 가족이라는 무겁고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마치 회사 동료처럼 서로 존중해준다면 부부라는 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서로 기대는 것이 아니라 옆에 나란히 서있는 것이 부부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