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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해 본 생각

내가 졌다. 이제 그만 싸우자_성역할의 새로운 트렌드

내가 졌다. 이제 그만 싸우자_성역할의 새로운 트렌드

​육아는 버뮤다 삼각지대
세엄마쇼라는 육아 팟캐스트에서 여자가 아이를 낳으면 그 여자는 아이와 함께 사회에서 사라져 버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맞는 이야기다. 내가 아이를 낳기전, 육아에 대해 아예 생각자체가 없었던 것도 아이를 낳은 여자들이 사회에서 사라져버려서 내가 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엄밀하게는 사라졌다기 보다는 내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얽혀있는 가족 중에 출신을 한 사람이 없었고 나 역시 찾아볼 일이 없었다.

​달라진 분위기
내가 보기엔 최근 들어서는 사라져 버렸었던 아이와 어머니에게도 사회적인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 같다. (물론 아이를 키우고 있고 육아휴직까지 했기 때문에 어떤 부분을 과장되게 느끼는 지도 모른다.) 출산율이 낮아서 하루가 다르게 언론에서 떠들고 있고 이제는 출산에 대한 문제가 아닌 삶의 질에 대한 논의로 번져가면서 당사자들이 좀 늘어난 탓이기도 하겠다. 예전과는 달리 직장 생활을 하던 여성의 수가 늘었기 때문에 당연히 목소리가 커진 영향도 있겠다. 과도기이지만 아마도 예전처럼 아이와 엄마가 사회에서 사라지고 다시는 나오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여성의 역할이 가정이나 사회적으로 무척이나 부각되었고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겪지않고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육아휴직을 하고는 전업주부의 삶을 체험하고 있다.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여성 혹은 어머니들의 고충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내가 용인해줄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이렇게 사회에서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을 아내 모르게 공유하고 있다. 이 고민은 결국 역할에 대한 고민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사실 누구에게 맡기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밖의 노동력을 끌어올 수 있지만 평균적인 수입을 고려해볼때, 부모 둘다 일하는 것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특히 아이가 두명일 경우에는 좀 더 고민하게 될 것이다.(여기서 우리나라의 여성 한명이 낳는 아이의 수가 1명도 안 되는 숫자로 자꾸 수렴하는 이유가 나온다) 최근 살림하는 남자가 늘어난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변한 사회의 분위기를 볼때 당연한 일이다. 여기도 한 명 있지 않은가?

​회식이 괴로운 이유
여성들의 외로운 싸움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의 아내이자 어머니들은 과도기 동안 육아와 경제활동을 병행하면서 최근의 성과를 이뤄냈다. 내 주변을 보면 남성들의 세대 차이가 극명하다. 6X년생은 대부분 전통적인 성역할을 고수한다. 요리도 못하고 빨래도 하지않는다. 8X년대 생을 보면 개인차는 있지만 집에서 상당부분 가사노동과 육아를 병행한다. 팀장들이 집에 안가고 저녁과 간단한반주를 제안하면 여자팀원뿐 아니라 남자팀원도 기겁을 하는 이유는 늦게 간다고 해서 해야할 집안일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짜피 남녀 둘다 맞벌이인데 남자라고 늦게 들어오고 여자라고 일찍 들어와서 집인일하라는 법은 없다. '자꾸 그러면 나 그만둔다.'로 위협하면 상대는 할 수 있는게 없다.

​'집안 일'의 역습
시대는 바뀌고 있다. 사라져 버린다고 했던 표현대로 집안일은 남자들이 인식하기에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고 몰라도 되는 일이었다. 요즘 티비를 보면 그런 일들이 사회로 나와 온통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집밥을 만드는 프로가 인기를 끈다. '밥이나주세요'라고 하대했던 집안 음식들이 재평가받는 시간이다. "아기나 봐"라는 말은 어떤가? 아이들과 놀아주고 먹이고 입히는 모습들이 예능소재로 쓰인다. 집을 꾸미는 것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음 정리와 청소와 연결되어 있다. 집안일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정반대로 요즘 퇴사가 유행이다. 그렇게 중시하던 조직내에서의 위치, 사회적인 성공의 신화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남이가
힘들었던 이 싸움의 일등공신은 여성이다. 하지만 이제 전세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굳이 남녀를 편가르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혼할 생각이 없다면 결국 자신을 도울 사람은 자신의 배우자 뿐이다. 여성들이 사회에서 사라졌던 것처럼 남성들도 가정에서 사라졌다. 남자 어른들은 필수 생존 기술인 음식, 쇼핑, 청소정리 등이 낯설다. 여성들이 느꼈던 그 박탈감, 고립감을 자신이 변하지 않는다면 느끼게 될 것이다. 불쌍한 사람 둘이 모여서 생겨나는 어려움을 최대한 나눠서 극복하는 것이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