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면서 달라진 것들
이제 육아휴직을 한지 2년 반이 넘어간다. 멀쩡한 남자가 직장생활이 아닌 아이를 보는 역할을 주로 하는 ‘이상한’ 생활도 어느덧 익숙해지고 있다. 사회적 시선에서 얼마나 벗어나기 어려운지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 어려움 속에서도 나름 잘 숨어서 생활하는 방법도 배워가고 있다. 하는 일도 점점 수익이 늘어나면서 6개월 이후에는 복귀가 아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아무튼 새로운 생활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감정코칭과 세상을 보는 시선
2년반 동안 아이들과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내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것은 감정코칭에 대한 책이었다. 사실 감정코칭 자체는 내용이 많지 않았지만 뒤이어 신경과학자들의 책과 얽히면서 세상을 보는 내 시선자체가 바뀌었다. 결정적으로 종교에 대해서 가지고 있었던 내 생각이 바뀌면서 전보다 시각이 좀 더 유연해졌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감정을 살펴보기
감정코칭이란 아이들의 감정을 잘 살피고 그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설명해 주는 것이다. 아이가 짜증을 낸다면 그 짜증의 원인을 잘 살피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감정자체를 억누르지 말고 느끼라는 것이고, 그 감정의 원인을 아이에게 잘 설명해주라는 것이다. 사실 아이에게 적용하기 전에 부모 자신에게 적용해보면 효과가 더 크다. 내 경우에는 아이에게 짜증이 날 때, 자신의 감정의 흐름을 잘 살펴보면 적어도 자기가 자기 분을 이기지 못하고 아이에게 감정을 쏟아냈던 빈도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원래 짜증을 잘 내고 때를 쓴다. 부모가 화를 내는 이유는 아이가 특별히 짜증을 내거나 때를 쓰기 때문이 아니라 부모가 자신의 감정조절을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돌아보면 아이에게 화는 냈지만 그 이유가 자신이 시간에 쫓기고 있었기 때문이거나 자신이 지쳤기 때문인 경우가 많이 있다. 마치 졸리면 쉬지 않고 짜증을 내는 아이처럼, 부모 자신도 자신이 짜증나는 이유를 찾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있는 아이에게 짜증을 내기 쉽다.
예전에는 맞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인간의 감정은 굉장히 효율적인 대응 방법이다.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감정이 생겨나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분석 없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감정의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엄청난 도움이 되었던 이 감정의 발현 과정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경우가 많아졌다. 마치 아직도 직립보행에 맞지 않는 몸을 가지고 두발로 섰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허리디스크나 치질과 같은 질환처럼, 과도한 분노, 공포 등은 아직도 우리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감정이 자신을 채워올 때, 냉철하게 그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잘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원인은 단순하며, 눈 앞에 있지 않을 경우가 많이 있다.
느리게 행동하면 보이는 것들
감정은 부정할 수 없고 상황에 따라서 효율적인 인간의 상황 인식방법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감정에 휩쓸리기 보다는 복잡한 상황에 맞춰서 그 원인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행동을 좀 느리게 한다면 마치 뻔히 눈에 보이는 아이들의 행동처럼 자신의 문제도 잘 풀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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