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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해 본 생각

발리여행 - 우붓

출발 전부터 갈등

발리 여행을 하게 된 계기는 아내의 거침없는 추진력 때문이었다. 나와 스타일이 전혀 다른 아내는 매사에 나와 마찰이 있는데, 이번 여행을 계획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셋째를 낳기 전, 아내는 해외여행을 다녀와야 한다는 다급함이 있었고, 나 역시 그 다급함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며 여행지를 물색하고 있었다. 아직 매일 낮잠을 자는 5살 어린 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가능하면 비행시간이 4시간 미만인 곳을 찾았으나, 아내는 셋째를 낳기 전에 그래도 멀리 가고 싶다면서 비행시간이 7시간 정도되는 발리를 후보지로 꼽았다. 나는 7시간이 넘는 긴 비행시간과 그 보다 비행시간이 더 짧았던 코타키나발루 대비해서, 어린아이와 임산부가 있는 가족구성원의 특성상 발리가 적합하지 않다는 논지로 반대했지만 끝까지 아내와 합의는 되지 않았다.

 

조삼모사 

아내는 갑자기 회사 동기의 하와이여행을 이야기하면서 갑자기 목적지를 발리에서 하와이로 바꾸었으나 천만원이 넘는 비용이 예상되자 결국 발리로 선택하자고 내게 말했다. 조삼모사 같지만  아내는 자신이 하와이를 포기했는데 발리는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논리를 폈다.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아내가 협상의 달인임은 인정할 수 밖에는 없다. 내 논거였던 긴 비행시간은 비즈니스 석으로 경유를 하면 체력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대안을 냈다. 결과적으로는 비즈니스 석에 탈 때에는 누워서 갈 수 있었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은 덜 수 있었으나, 출발 당일 8시 집에서 출발해서 다음날 새벽 3시에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깨어서 걸어준 것은 불행 중 천만 다행이었다.

 

발리에서 천만원 쓰기 

여행기간은 1113일이고 4인 비즈니스 경유 항공권 3백만, 일당 평균적으로 30-40만원대인 숙소비용과 하루에 백만원 정도인 코모 샴발라 에서의 23일로 숙소비용은 5백만원, 식대 교통비 등의 여행비용 250만원으로 결과적으로는 천만원 가까이 지출했다. 이럴거면 그냥 티나게 하와이 갈 걸 그랬나 싶다.

 

임산부에게 권장하지 않는 발리여행 

발리 여행 기간은 1912 11일부터 24일새벽 도착예정으로 구성원이 임산부와 85살 아이들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여러군데 다니는 것이 제한되었다. 실제로 12월은 발리에서는 우기로 무척이나 무덥고, 스콜이 하루에 한 번 꼴로 내린다. 오키나와나 괌과는 달리 차를 렌트하기 힘든 발리의 교통사정상, 리조트에만 있을 것이 아니라면 어린아이와 임산부가 있는 가정은 발리를 권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공항에서 내리면 외교부에서 보내주는 지카바이러스 관련 경고 문자는 섬뜩하다. 가이드는 발리에 지카바이러스와 말라리아는 없다고 했지만, 산부인과 의사는 기사는 나오지 않지만 지카바이러스로 발생하는 소두증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하고, 외교부에서 보내는 문자에는 떡하니 인도네시아 여행을 다녀온 뒤에는 일정기간 피임을 하라는 내용이 있다. 거의 만삭인 아내와 함께 발리에 가긴 했지만, 의사와 정부는 임산부는 발리에 오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우붓의 열대우림 

우붓의 매력은 활기넘치는 시내와 열대우림이다. 사람으로 넘쳐나는 시내는 그냥 걷는 것 만으로도 이국적이고 재미있다. 하지만 날씨가 너무 덥기 때문에 어린 아이와 조금 걸으면 아이들은 짜증이 나기 마련이다. 체력 안배에 주의해야 한다. 코모 샴발라에서 내려다 보는 우붓 정글의 매력은 그 장엄한 뷰에 있는데, 시내 대비 서늘해서 더 좋다. 하지만 앞서 잠시 말했던 것처럼 하루 백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좀 과한 느낌이다. 아내와 여행 컨셉이 차이가 나기 때문인데, 전혀 상관없는 성인 두 명이 함께 생활하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이렇게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