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가정
아이를 낳으면 보육 부담이 지속된다. 전통적인 성역할에 따라서 보통은 여성들이 육아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직장을 그만두는 일이 많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8 일, 가정 양립지표’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 여성의 경우, 자녀 연령이 어릴수록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6세 이하가 34.8시간, 7~12세가 39.5시간, 13-17세가 40.8시간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 주변에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많은 여성이 지금까지 버티던 직장을 그만둔다. 초등학교는 오후 1시반이 되면 정규수업이 끝나고 이후에 돌봄교실을 하더라도 아이는 학원을 더 다녀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보통 칼퇴근이 어려운 우리 직장 문화에서 비용이라든지, 과도한 스케줄에 시달리는 아이를 생각하면 한 명이 그만두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실제로 초등학교의 표준도 한 명의 전업주부가 있는 가정을 표준으로 모든 것이 진행된다.
합리적 사고를 통해 나타난 합계출산율 전세계 최하위
지난 2월 27일 우리나라가 합계출산율이 0.98로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1명대 미만을 기록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낮은 것은 아주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이다. 주택가격이 너무나 비싸서 보통 빚을 안고 결혼을 하는데 이 결혼을 하기 힘들 뿐 아니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당연히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거나 한 명만 낳아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다시 직장을 잡을 수 있도록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실수로 두 명이라도 낳으면 외벌이인 기간이 더욱 늘어나기 때문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돌봄교실
교육과정 이후에도 돌봄이 필요한 현실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온종일 돌봄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국정과제로 삼았다. 초등학교의 돌봄교실의 이용자는 2018명 26만명으로 전년대비 1.6만명이 증가했으나 2018년 신청자는 27만명으로 전체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태이다. 2019년에는 초등돌봄교실 1400실을 확충에 국고예산을 지원하여 전년대비 2만명이 추가로 돌봄교실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교육부는 KB금융그룹의 기부금으로 기존 1620실을 환경개선한다고 밝혔다.
<최근 10여년간 초등돌봄교실 운영추이(출처: 2019년 신학기 초등돌봄교실 운영방안(교육부 보도자료))>
돌봄교실의 운영시간
돌봄교실은 학부모 설문조사에서 95% 이상이 만족스럽다고 응답할 만큼 학부모가 반드시 필요로 하는 제도이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돌봄교실 운영시간은 아침 7시부터 9시까지의 아침돌봄과 방과후부터 17시까지의 오후돌봄, 17시부터 20시까지의 저녁돌봄이 있다. 저녁돌봄 시간은 방학 중에는 18시까지만 운영되는데, 긴 방학기간을 고려하면 이 또한 맞벌이 가정은 큰 장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저녁돌봄까지 이용하는 아이들의 수가 적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자체 시설 및 프로그램과 연결하여 개선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돌봄교실 운영 세부내용
돌봄교실의 대상은 맞벌이,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 등으로 국한되어 있고 아직은 1-3학년의 저학년 위주로 이용할 수 있는 아동이 제한되어 있다. 특정요일만을 지정하여 돌봄서비스를 받거나 시간 도중 학원에 다니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하교는 오후돌봄의 경우 17시에 일괄적으로 하교 하거나 보호자가 돌봄교실에 직접 가면 귀가할 수 있다. 돌봄교실은 1년과정으로 운영되며 돌봄교실 대상 학생이 희망하는 경우는 중간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기존 돌봄교실에 참여하고 있던 아동이 중도에 취소하면 다시 돌아갈 수 없다.
돌봄교실에 아이를 맡겨도 괜찮을까?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돌봄교실을 신청할 때 아내는 굉장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기존 돌봄교실 프로그램이 허술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실제로 많은 기사에서 돌봄교실 교사들이 과중한 행정업무와 불안정한 고용형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을 볼 수 있었다. 돌봄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초과인 상태에서 무리하게 양적확대를 하다보니 질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과거 예산문제 때문에 시도교육청의 교육예산이 보육인 돌봄교실에 사용된다는 우려 때문에 돌봄교실을 지자체가 운영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과 보육이 실제로 이뤄지는 학교장의 관할하에 운영하는게 보육 서비스 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선 사례도 있었다. 학부모 오리엔테이션 때 선생님이 말했던 ‘학교는 교육기관이지 보육기관이 아니다.’가 어떤 맥락에서 이야기 했는지 점점 더 잘 알게 되고 있다.
돌봄교실의 대체재
돌봄교실을 보내지 않는다면 부모가 집에 올 때까지 학원을 보내면 된다. 보통 학원끼리 아이를 데려오고 데려다 주는 시스템이 있기도 하고,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 주는)사람을 쓰기도 한다. 프로그램으로만 생각한다면 학원을 보내는 것이 돌봄교실보다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돌봄교실의 목적이 프로그램을 하는 것에 있지 않고 정규과정이 종료된 이후, 책을 보거나 휴식을 취하는데 있었기 때문에 무척이나 만족스럽다. 돌봄교실에 가지 않는다면 학원을 계속 다녀야 하는데 아이의 체력에도 한계가 있고 비용적인 측면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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