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목적이 무엇인가?
“내 삶의 목적은 ‘행복하기 위해서’ 인 것 같다.”
중고등학교 때 즐겨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제는 고인이 된 신해철씨가 말했다. 당시는 나도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이를 좀 더 먹은 지금은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젊었을 때의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이루는 것이었다. 좋은 대학에 가고 내가 좋아하는 여자와 교제하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무엇인가를 이루면 행복하겠지만, 예전처럼 간절하게 이루고 싶은 목표가 없다. 어떤 것을 이루기 보다는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내 시간이 많으면 행복할 것 같다. 한 사람 속에서도 인생의 시기마다 행복의 정의 자체가 달라지는 경우도 많고 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지 분명하지 않다. 행복의 원인을 찾는 연구 주제는 그 질문 자체의 모호성 때문에 답을 찾기 어려운 과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른 사람들과 관계가 좋으면 행복하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하버드대학교에서 진행된 ‘the study of Adult Development’ 라는 724명을 대상으로 60년이 넘도록 진행된 연구를 통해서 행복의 요소를 엿볼 수 있다. 40년이 넘도록 이 프로젝트를 관리했던 조지 베일런트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으면 행복하다’ 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 친밀한 관계를 늘리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베이비브레인의 저자 존 메디나는 감정 조절과 공감을 중요한 요소로 든다. 충동적이고 변덕이 심한 사람들은 감정을 절제하는데 문제가 있으며 이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새로 만들거나 유지하기 힘들다. 다른 사람의 의도를 알아내는 능력은 관계를 맺는 큰 자산이다. 공감을 잘하면 친구가 많다. 결국 감정조절과 공감을 할 수 있으면 행복할 확률이 높다.
감정의 의외성
감정은 무엇일까? 흔히 이성과 감정을 나누지만 인간의 두뇌를 보면 이 두 가지가 명백하게 분리되지 않는다. 대체적으로 감정과 분석적인 사고가 처리되는 영역이 나뉘어 있기는 하지만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뇌의 작용을 보면 외부의 정보처리 과정에서 어떤 패턴을 발견하고 이를 인지하는 것이 감정이다. 감정을 통해서 인류는 중요하다고 생각되고 반복되는 일에는 상황판단 없이도 더 빠른 반응을 할 수 있게 된다. 아이들 입장에서 감정은 학습해야 하는 대상이다. 아주 어릴 때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느끼는지 알아야 하고 조금 자라서는 상황에 맞춰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감정은 지극히 사적인 부분이지만 또 무척이나 공적(公的)이다.
감정조절
감정조절이란, 감정을 느끼고 나서 자신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화가 날 수는 있지만 화가 났다고 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돌려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감정에 따른 행동을 조절하는 것에 능숙한 사람은 친구가 많다고 한다.
공감
공감을 잘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내면을 알고 사회적인 보상과 징벌을 이해하면서 그 사람과 원활하게 반응하는 것을 말한다. 포유류는 다른 개체의 고통이나 감정을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느끼는 능력이 있다. 사람의 뇌에는 거울뉴런이라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감하는 조직이 있는데 이는 개인차가 크다. 결국 공감능력의 상당부분은 타고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행복이 유전되며 ‘타고 났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행복은 유전되는가?
‘타고 났다’라는 말은 생각보다 증명하기 어렵다. 인간이 자라면서 받는 사회적인 영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리학자 제롬 케이건은 같은 자극에 아이마다 보이는 반응의 강도가 다른 것을 통해 아이의 성향을 구분했고 이 같은 성향이 오랜 기간 지속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실제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할 때, MAOA(충격적인 기억의 고통을 줄임), DRD4-7(애착미형성에 따른 불안감을 줄여줌), Long5-HTT(스트레스에서 빠른 회복) 등과 같이 DNA배열과 묶어서 설명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그나마 조절할 수 있는 부분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좋은 관계가 필요한데, 여기서 필요한 것이 감정조절과 공감이다. 그런데 이 능력은 상당부분 타고나거나 혹은 어릴 적 환경에 따라서 상당부분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보면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인간 중에 일부가 행복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아이의 유전정보는 바꿀 수 없지만, 아이의 환경에는 그나마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 베이비브레인, 존 메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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