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방법을 실천하는 사람들
최근 남자 휴직자 모임이 있어서 참석한 적이 있었다. 현재 일을 하고 있지 않거나 쉬고 있는 남자들을 만난 것인데 특이한 점은 ‘자기혁명’이라는 주제로 한 자기계발 강의를 들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그 강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블로그로 글을 쓰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하나같이 에너지가 넘쳐보였다. 아침에 서로 일찍 일어난 것을 인증하는데 사람을 모아서 무언가를 하는 것의 힘을 보기도 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졸리다
하지만 문제는 방향이었다. 나는 대학생 때부터 교회에서 하는 새벽기도에 참석하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고 이를 굉장한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새벽기도에 오가는데 시간을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죽치고 앉아있는 시간도 많았던 것 같다. 새벽에 일찍 일어난다고 하루가 길어지는 것은 아니다. 점심때 너무 피곤해서 낮잠을 자야 했고 저녁에는 일찍 잠들어야 했다. 결국 하루 24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셈이다. 교회에서는 새벽기도에 많은 사람을 모으고 싶어서 새벽에 일어나는 장점을 과장했지만 내가 보기엔 자신의 체질에 맞는 생활을 하는게 더 맞다고 본다. 다행히 나는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체질에 맞고 새벽에는 혼자 무엇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지금까지 아침 일찍 일어나는 편이긴 하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엄청난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에 대해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글을 쓰거나 강연을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방향 없는 열심
내 경험을 보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혼자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낮에 졸음이 와서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단점도 있다. 결국 혼자 생각하는 시간에 어떤 일을 하는지가 아침일찍 일어나는 행동을 좋다 나쁘다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모임에 나왔던 사람들의 열심이 나를 자극하긴 했지만 사실 그들이 하는 행동이 좀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새벽 4시에 기상인증을 카톡으로 하는데, 예전 새벽기도 나오라고 전화를 하던 리더의 행동이 생각났다. 사람이 함께 모여 행동하면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지만 그 행동에 대해서 깊은 생각이 없으면 결국 지친다. 나는 새벽에 카톡이 울려 내 집중을 흐트러뜨리는 게 거슬려 새메시지 알람을 꺼 버렸다.
정체성을 먼저 명확하게 하라
최근 그 모임에서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읽었다. 평소라면 절대 읽지 않았을 제목의 책이지만 모임을 위해 읽다보니 생각보다 잘 쓴 책이었다. 습관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하기보다는 시스템을 만드는 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았다. 책 내용이 독창적이라고 볼 수는 없었지만 기존 의 내용들이 잘 조합되어 있어 평소 생각만 있고 실천이 어려운 나에게 필요한 책이었다. 대부분의 내용이 습관을 만들기 위한 방법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주제는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라’ 였다. 나머지는 정체성과 비교하면 부수적인 기술일 뿐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 매일 무엇을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방향이 없다면 그것은 전혀 중요한 일이 아니다. 시중에 방법에 대한 책들이 넘쳐난다. 방법쪽에 방점을 찍는 것은 방향을 제시하기는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먼저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하자. 필요하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고 매일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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